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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사망한 부모님의 스마트폰,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by news84-1 2025. 7. 12.

갑작스러운 이별 후 남겨진 스마트폰, 감정과 현실이 부딪치는 순간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남겨진 가족은 슬픔과 그리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야 합니다. 특히 부모님의 사망 후 남겨진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자기기를 넘어선 감정의 저장소가 됩니다. 수많은 사진, 문자, 통화 기록, 메모, 은행 앱, 그리고 때로는 알지 못했던 개인적인 기록까지 그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스마트폰은 이제 고인의 삶을 가장 가까이 담아낸 디지털 유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감정만으로는 정리되지 않습니다. 가족이 사망한 직후에는 장례 절차, 유산 정리, 행정 업무 등으로 정신없는 가운데  스마트폰은 종종 미뤄진 채 방치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고인의 은행 계좌에 접근하거나 가입되어 있던 자동이체를 중단하는데요. 또는 남겨진 메시지를 정리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스마트폰의 잠금 해제입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지문이나 얼굴 인식, 혹은 비밀번호로 잠겨 있으며 사용자가 사망한 경우 해당 정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이 고인의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최근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정책으로 인해 임의로 기기를 해제하거나 백업 데이터를 복원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감정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현실이 충돌하면서 고인의 스마트폰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스마트폰 디지털 유산 정리

 

스마트폰 잠금 해제, 가능한가? – 제조사별 정책과 절차

많은 사람들이 고인의 스마트폰을 해제하기 위해 제조사나 이동통신사에 문의하지만 실질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법과 기기 보안 정책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제조사별로 다른 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망자의 스마트폰에 접근하려면 상속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 사망진단서, 상속포기 여부 확인서류, 법원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 후에도 삼성 계정과 기기 간의 일치 여부, 클라우드 동기화 여부 등을 따져 접근 여부가 결정됩니다. 심지어 이 과정은 1~3개월까지 걸릴 수 있습니다.

 

애플의 경우는 더 까다롭습니다. 애플은 고인의 Apple ID에 접근하기 위한 디지털 유산 접속 권한을 생전 설정한 경우에만 접근을 허용하며 설정하지 않았다면 유족이 미국 법원 혹은 관할 법원의 명령서를 받아야 계정에 접근할 수 있어 국내 유족 입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이처럼 제조사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높은 수준의 보안 장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정작 가족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매우 큰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전에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정리 작업을 미리 해두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일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잠금 해제 정보, 클라우드 계정 정보, 주요 앱의 접근 권한 등을 유언장에 포함하거나  가족에게 별도 전달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서 고인의 삶을 온전히 정리하기 위한 하나의 디지털 예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인의 데이터, 어떻게 정리할까? – 사진, 문자, 금융 앱까지

스마트폰을 성공적으로 해제한 이후에는 내부의 데이터 정리에 대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사진과 동영상 같은 추억의 기록을 우선적으로 정리하고자 할텐데요. 사진 앱에서 가족사진, 손주 사진, 여행 기록 등을 백업하고 클라우드와 연동된 경우에는 원본 저장소까지 함께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구글 포토, 삼성 갤러리, 아이클라우드 등 서비스별로 각각 다른 백업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어떤 앱을 사용했는지 확인한 후 처리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문자 메시지와 메모, 캘린더, 연락처 등을 정리합니다. 특히 일부 부모님들은 중요한 금융 정보나 일정, 약 복용 스케줄 등을 메모 앱에 기록해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한 감정의 기록을 넘어 실용적인 정보도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음성 녹음 앱 등을 통해 고인의 마지막 대화나 음성을 확인하고 싶은 유족도 많습니다. 이때 정서적 충격을 고려하여 접근은 신중히 해야 하며 전문 상담사나 가족 간 사전 논의를 거친 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금융 앱, 공공기관 앱, 인증서 및 OTP 앱 등과 관련된 처리입니다. 고인의 스마트폰에는 본인인증 수단들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유산 정리와 직결됩니다.  특히 자동이체나 적금, 보험, 공과금 등은 대부분 모바일 앱을 통해 관리되므로 스마트폰 데이터 접근이 유산 정리의 핵심 열쇠가 되는데요.  만약 기기 접근이 불가능하다면 해당 금융기관에 고인의 사망 사실과 상속인의 자격을 증명하고 직접 해지 혹은 상속 절차를 별도로 밟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절차는 복잡하고 반복적이기 때문에 정리 체크리스트를 사전에 구성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디지털 유산 상속 시대,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상속 법률이 명확히 정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민법상 상속의 개념은 재산상 권리와 의무의 포괄적 승계로 정의되어 있지만 디지털 자산이 해당 범위에 어디까지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실무적 해석이 매우 다양합니다.

 

실제로 유튜브 채널, 블로그, 앱 내 잔액, 구독 중인 콘텐츠, 게임 아이템, 전자화폐 등은 현실에서 법적 소유권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판례나 가이드라인은 아직 미비합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디지털 상속이라는 개념을 제도적으로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디지털 자산 정리를 돕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미국 일부 주에서는 유언장 안에 디지털 접근 권한을 명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반면 국내는 아직까지 네이버나 카카오, 구글 등 개별 기업들의 약관과 유가족의 민원 처리 방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상속권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결국 우리는 지금 디지털 상속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초입에 서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고인의 삶 전체가 압축된 디지털 기록물이기 때문에 그 정리는 기술적, 법적, 감정적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겠습니다. 생전에 중요한 계정 정보를 정리해 두거나 신뢰할 수 있는 가족에게 암호를 공유하고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해두는 등의 준비는 앞으로 더욱 보편화될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사람의 일생을 담아낼 수 있는 만큼 그 마지막까지 책임 있게 관리하는 문화가 이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