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디지털 유산 정책 비교
디지털 생명 연장의 시대, 사후 계정은 누가 책임지는가?
현대인의 삶은 온라인에서 시작되고 온라인에서 기록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메일,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SNS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를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기억이 저장된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사망한 뒤 이 계정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누가 접근할 수 있으며 무엇이 삭제되고 무엇이 남는지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특히 SNS나 이메일,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은 대부분 사망자 계정에 대한 명확한 법적 상속 구조가 없기 때문에 플랫폼 자체의 내부 정책이 사실상 법보다 우선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3대 플랫폼인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사망자 계정 처리 정책을 비교하고 각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고인의 계정을 처리하는지 유족이나 상속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구글(Google): 휴면 계정 관리자로 생전 설정이 핵심
구글은 사망자 계정 관리 정책 중에서도 가장 선진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생전에 직접 휴면 계정 관리자 기능을 설정함으로써 사망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데요. 이 기능은 계정에 일정 기간(3개월~18개월) 동안 접속이 없을 경우 미리 지정한 사람에게 해당 계정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전달하거나 계정을 삭제하도록 설정하는 기능입니다.
휴면 계정 관리자는 최대 10명의 연락처를 지정할 수 있으며 Gmail, Google Drive, Google Photos, YouTube 등 개별 서비스별로 어떤 데이터를 공유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YouTube 채널은 사망 후에도 가족이 유지할 수 있고 광고 수익이나 영상도 특정 계승자에게 전달 가능합니다. 다만 이것은 사망 전에 설정이 되어 있어야만 작동하기 때문에 사망자가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사망한 경우 가족이 구글에 직접 요청해도 계정 전체를 인출하거나 로그인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구글은 사망진단서나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제출받아 일부 데이터만 제공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비밀번호는 절대 제공하지 않으며 계정 접근은 차단됩니다.
페이스북(Facebook)과 인스타그램(Instagram): 추모 계정 vs 삭제 계정
메타의 대표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사망자 계정 처리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사용자 사전 설정 여부에 따라 접근 권한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페이스북은 사망자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생전에 추모 계정 관리자를 지정해두면 사망 후 이 관리자가 고인의 계정을 관리할 수 있으며 프로필을 추모 상태로 바꾸고 게시물에 추모 태그를 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친구 추가나 메시지 발송은 불가능 합니다.
추모 계정 관리자는 프로필 사진 변경, 고정 게시글 작성 등의 일부 기능만 사용할 수 있으며 고인의 계정에 로그인하거나 전체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사용자가 생전에 직접 계정 삭제를 사망 후 자동 처리되도록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계정은 사망 신고가 확인되는 즉시 삭제됩니다. 사망 신고는 유족이 페이스북 공식 양식을 통해 요청하며 사망진단서와 가족관계증명서 제출이 필요합니다.
인스타그램 역시 페이스북과 거의 동일한 방식을 따르고 있어 사망자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삭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스타그램은 별도로 추모 계정 관리자를 지정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사망자가 생전에 별도 설정을 하지 않았다면 유족은 계정을 단지 기념 상태로 전환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습니다. 메타 계정 전체에 대한 통합 처리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각각 따로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존재합니다.
각 플랫폼의 디지털 유산 정책 한계와 사용자 대비 전략
구글과 메타의 사망자 계정 정책은 겉보기에는 꽤 정교해 보이지만 실제 유족의 입장에서는 계정 접근의 벽이 여전히 높고 데이터 회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아직 많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사망자들이 생전에 이런 설정을 하지 않는다는 현실입니다. 구글의 휴면 계정 관리자도 설정하지 않은 경우 유족은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페이스북의 추모 계정 관리자는 생전에 지정하지 않으면 사망 이후에는 일부 기능에만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용자 스스로가 생전에 디지털 자산 목록을 정리하고 주요 계정의 처리 방식을 설정해 두는 디지털 유언장의 필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구글 계정의 휴면 설정은 10분 만에 끝낼 수 있으며 페이스북의 추모 계정 관리자도 손쉽게 지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능을 알지 못하거나 실행하지 않는다면 남겨진 가족은 고인의 계정을 지우지도, 살리지도 못한 채 방치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고인의 SNS 계정이 해킹되거나 스팸 계정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SNS 플랫폼의 사망자 계정 처리 정책은 기술적으로는 준비되어 있지만 사용자 인식과 실행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앞으로는 국가 차원의 제도 정비뿐 아니라 플랫폼 차원의 자동 알림, 유언장 연계 기능, 계정 정리 가이드라인 제공 같은 기능이 추가로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용자 개개인도 지금 이 순간, 내 계정이 죽음 이후 어떻게 처리될지를 한 번쯤 고민해보고 최소한의 설정이라도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디지털 정체성도 물리적 자산만큼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