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계정, 디지털 유산은 누구 소유?
개인 명의 계정에 의존하는 디지털 사업자들
요즘 시대의 사업은 매장보다 계정으로 시작됩니다. 온라인 쇼핑몰, 유튜브 채널, 블로그 마케팅, 인스타그램 브랜딩, 심지어 브랜드 이메일까지. 대부분의 디지털 유산은 사업자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 계정으로 운영됩니다. 예를 들어 한 프리랜서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구글 계정 하나로 유튜브 채널, 애드센스 수익, 업무 이메일, 클라우드 문서까지 통합해 운영한다면 그 모든 자산은 해당 계정의 소유자가 사망하는 순간과 동시에 정지될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소상공인이나 개인사업자들도 구글 워크스페이스, 인스타그램,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파트너스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개인 계정으로 등록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초기에는 관리가 편리하고 빠르지만 사업체와 개인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계정 명의자가 사망하면 회사 내부에서도 해당 자산을 복구하거나 상속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즉, 사업은 살아 있지만 대표가 사망하면서 연결된 이메일, 거래처 기록, 콘텐츠, 수익 채널이 전면 정지되거나 법적 공방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현실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유족뿐 아니라 사업 동료, 회사 직원, 클라이언트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법적 관점: 디지털 계정은 누구의 소유인가?
현행 법제상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는 계정 소유권을 서비스 이용자 개인에게만 귀속시키고 있습니다. 구글, 애플, 네이버, 메타(페이스북) 등 글로벌·국내 플랫폼의 서비스 약관을 살펴보면 대부분 다음과 같은 문구를 포함하고 있는데요.
"이 서비스는 개인 전용으로 계정은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상속할 수 없습니다.”
이는 법적으로 해당 계정이 회사 명의나 단체의 소유가 아니라 계정 개설 당시 등록한 개인의 소유임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가 개인 명의로 개설한 이메일이나 유튜브 채널, SNS, 클라우드 등은 설령 그것이 회사의 공식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거나 사업 자산이라 하더라도 사망 이후에는 법적 절차 없이 타인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사망자의 유족조차도 계정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유언장, 법원 명령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공식 계정이 아닌 경우 플랫폼 측이 아예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계정이 개인 소유로 간주되는 한 사업체 내부에서 아무리 조직적으로 계정을 사용해왔더라도 사망과 동시에 계정과 연동된 수익, 자료, 연락망은 잠기게 되고 그 법적 귀속은 회사가 아닌 고인의 상속인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실제 사례로 본 문제의 심각성
2022년 한 유튜브 기반 콘텐츠 제작사의 대표가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해당 대표는 50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과
월 수익 수천만 원의 애드센스 계정을 개인 명의 구글 계정 하나로 운영해왔습니다. 사업자 등록은 법인으로 되어 있었지만 유튜브·애드센스와 이메일, 클라우드 모두 ‘개인’ 계정으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망 직후 팀원 누구도 계정에 접근할 수 없었고 광고 수익도 정산이 중단되었습니다.
유족은 애드센스 수익에 대해서는 사망진단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 일부 정산을 받을 수 있었지만 유튜브 채널 운영권은 영영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영상 수정, 커뮤니티 글 작성, 광고 파트너 대응 등 모든 관리가 불가능해졌고 결국 채널은 몇 개월 후 자동으로 수익 중단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한 중소기업 마케팅팀 직원이 회사 SNS를 본인 명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운영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입니다. 10만 팔로워를 보유하던 기업 계정에 회사가 접근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 팔로워 자산과 콘텐츠 기록과 광고 고객 커뮤니케이션 이력까지 모두 단절되었고 회사는 새 계정을 만들어 처음부터 브랜드를 다시 구축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1인 사업자,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유튜버, 블로거 등의 업종에서는 디지털 자산과 사업 운영의 경계가 흐려져 있는 경우가 많아 사후 처리에 대한 대비가 없을 경우 사업이 사실상 정지되거나 폐쇄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준비할 수 있는 디지털 계정 관리 전략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사업자,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대표자 등 계정을 통해 수익이나 콘텐츠를 운용하는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다음의 전략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개인 계정과 사업용 계정을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가능하다면 사업용 이메일, 유튜브 채널, 광고 수익, 구독 서비스 등은 회사 명의(구글 워크스페이스, 법인 이메일 등)로 개설하거나 공동 관리자 권한을 설정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히 유튜브 브랜드 계정은 복수 관리자 설정이 가능하므로 혼자만의 접근으로 운영하지 말고 공동 운영 체계를 마련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비상시 대응 문서를 정리해두어야 합니다. 사망이나 사고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계정 정보를 전달할 것인지,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처리하길 원하는지에 대한 디지털 유언장 또는 업무용 엔딩노트를 작성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플랫폼의 사후 관리 기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구글의 경우 ‘Inactive Account Manager’를 통해 장기 미접속 시 지정인에게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고 1Password, Dashlane 등의 비밀번호 관리 앱은 비상 접근 기능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계정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넷째, 공동 창업자, 팀원, 가족과의 정보 공유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보가 모두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어 있으면 그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 사업도 사라지게 됩니다. 중요한 계정 정보는 일정 부분이라도 공유되거나 비공개 문서로라도 전해질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조직 내에 문서화해두는 것이 안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