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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디지털 유산, 친구에게 상속하면 생기는 일들

by news84-1 2025. 7. 13.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내 디지털 자산이 사후에 어떻게 처리될지는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유산을 가족에게 상속한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내가 진짜 신뢰하는 사람이 가족이 아니라 친구라면 어떨까요? 구글 계정, 애플 아이디, 클라우드 저장소, 유튜브 채널, 심지어 SNS 계정까지도 친구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은 요즘 MZ세대에게 점점 현실적인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법률과 플랫폼의 정책은 대부분 법적 가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디지털 자산을 넘기는 것은 여러 제약이 따릅니다. 그래서 실제로 친구에게 디지털 자산을 상속하려 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과 법적 한계, 가능한 대안은 무엇이 있으며 실제 준비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나의 디지털 유산 친구에게 상속

 

디지털 유산의 개념과 법적 상속인의 기준

디지털 유산은 단순한 사진이나 문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메일, SNS, 블로그, 유튜브 채널, 클라우드 저장소, 온라인 게임, 암호화폐 지갑 등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디지털 서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커지고 있는데요. 특히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디지털 자영업자들에게는 이 모든 계정이 곧 수익 창출 수단이기 때문에 사망 이후 그 계정을 누가 이어받을지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현행 한국 민법은 상속을 재산상 권리와 의무의 포괄적 승계로 정의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기본적으로 법정 상속인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즉, 배우자, 직계 비속(자녀), 직계 존속(부모), 형제자매 순으로 법적 상속 자격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자산은 일반적인 부동산이나 예금처럼 명시적인 재산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상속 대상인지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비가족에게 상속하려는 경우 즉 친구에게 디지털 계정의 운영권을 넘기고자 할 때입니다. 친구는 법적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고인의 생전 의도가 뚜렷하더라도 법적인 권리를 주장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 사망 후 디지털 자산을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전달하는 일은 현행 법제도 하에서는 매우 제한적이기 마련입니다.

 

플랫폼별 디지털 유산 상속 정책의 현실

대부분의 글로벌 플랫폼은 사용자가 사망했을 경우를 대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법적 가족 혹은 생전 지정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사망한 사용자의 계정에 접근하려는 사람을 위한 공식 절차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사용자의 생전 지정 또는 법적 상속인의 신분 증명입니다. 즉, 사용자가 구글 계정의 ‘Inactive Account Manager(휴면 계정 관리자)’ 기능을 통해 미리 친구의 이메일을 등록했다면 해당 친구가 계정을 인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계정 접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애플 역시 비슷한 정책을 운영 중입니다.  iOS 15 이후부터는 디지털 유산 연락처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생전에 미리 지정을 해두었다면 친구도 접근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정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관할 법원의 명령서(법원의 사망확인 명령, 상속 판결 등) 없이는 Apple ID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비교적 유연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요. 사용자는 생전에 기념 계정 관리자를 직접 지정할 수 있으며 이 사람이 가족이 아닐 경우에도 페이스북은 사망 후 해당 관리자에게 프로필 변경 권한을 부여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생전에 지정하지 않았다면 자동으로 접근 권한이 가족으로 귀속됩니다. 

 

즉, 대부분의 플랫폼은 사망 전 지정이라는 전제 조건을 만족해야만 가족이 아닌 제3자, 즉 친구가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점에서 볼 때 친구에게 디지털 유산을 넘기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생전에 사전 설정을 완료해 두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어야겠습니다. 

 

친구에게 계정을 맡기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디지털 유산을 친구에게 넘기기 위해서는 생전에 법률적 준비와 기술적 설정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먼저 가능한 방법은 공증된 유언장을 통해 특정 디지털 계정에 대한 권한을 누구에게 넘길지를 명시하는 것입니다.

 

일반 유언장보다는 공증을 통해 법적 효력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계정명, 아이디, 사용 중인 이메일, 플랫폼 이름 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합니다.  단, 이 유언장이 실제 플랫폼에서 유효한지 여부는 각 기업의 정책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각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계정 위임 기능이나 사망 후 설정 기능을 반드시 활용해야 합니다.

 

구글의 휴면 계정 관리자 기능, 애플의 디지털 유산 연락처, 페이스북의 기념 계정 관리자 등은 모두 살아 있을 때 설정해야만 유효합니다. 이런 설정을 하지 않으면 유언장만으로도 계정 접근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처럼 콘텐츠 중심의 계정은 운영 주체가 바뀌었을 경우 수익 분배, 책임 소재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익형 계정은 더 엄격한 관리가 요구됩니다.

 

그리고 기술적 측면에서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2단계 인증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인증 기기나 인증 메일 주소에 접근 가능한지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친구에게 전달할 암호, 백업 코드, 복구 이메일 등의 정보를 어디에 보관하고 어떻게 사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없으면 계정 상속은 사실상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유산은 이제 가족만의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모든 유산이 혈연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신뢰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고인이 블로그를 운영하며 기록한 철학이나 유튜브 채널에서 만든 콘텐츠들은 가족보다 오랜 시간 함께한 친구가 더 적절하게 관리하고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은 아직 이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대다수 플랫폼의 접근 권한도 가족 중심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디지털 유산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제도적 기반도 마련된다면 디지털 상속인 지정권이라는 개념이 보다 폭넓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 독일,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제3자에게 디지털 자산을 지정 상속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아예 디지털 유언장 작성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시작되고 있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관련 서비스가 점차 등장하고 있습니다. 

 

친구에게 계정을 넘기고 싶은 사람은 단순히 감정만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디지털 시대의 유언이자 나의 삶과 콘텐츠를 내가 믿는 사람에게 안전하게 넘기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