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이 많은 1인 창작자를 위한 상속 전략

디지털 기반 창작자, 디지털 유산 규모는 크고 구조는 복잡하다

1인 창작자 또는 인플루언서의 자산은 단순한 현금이나 부동산 중심이 아니라 그들의 주요 자산은 온라인 플랫폼에 존재합니다. 유튜브 채널, 블로그, 인스타그램, 틱톡, 각종 SNS 계정은 수익 창출의 기반이자 브랜드 가치 그 자체입니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채널 하나가 매달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커뮤니티, 스폰서십, 슈퍼챗 등 다양한 형태로 수익이 분산됩니다. 여기에 크리에이터가 보유한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온라인 강의 플랫폼 수익, 유료 구독 모델,  NFT 아트워크 등이 더해지면 자산의 구조는 더욱 복잡해지죠.

 

이러한 디지털 자산은 대부분 특정 계정에 귀속되어 있으며 서버에 분산 저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 계정 하나에는 Gmail, Google Drive, YouTube, Google AdSense, Analytics 등 다양한 서비스가 묶여 있고 여기에 크리에이터의 모든 사업적 기록과 수익 창출 구조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자산이 창작자 본인의 사망, 사고, 장기 부재 시 완전히 마비된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자산은 생전에는 강력한 수익원이지만 사후에는 접근 불가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위험군 자산에 속합니다. 따라서 1인 창작자는 일반인보다 더 정교하고 체계적인 디지털 상속 전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플랫폼별 자산 구조 파악과 상속 우선순위 설정

 

디지털 자산의 상속 전략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이 사용하는 플랫폼별 자산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튜버라면 자신의 구글 계정에 유튜브 채널, 애드센스, 드라이브, 메일 등이 통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블로거는 도메인 등록 정보, 티스토리/워드프레스 계정, 애널리틱스, 광고 플랫폼 연결 현황까지 정리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창작자들이 복수의 플랫폼을 동시에 운영하며 각각 다른 수익 흐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익 구조도 함께 시각화해두는 것이 상속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자산 구조가 정리되었다면 다음은 상속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하는데요. 모든 디지털 자산을 남기고 싶지는 않을 수 있으며 일부는 정서적 콘텐츠로 보존, 일부는 수익화 유산으로 이전, 일부는 삭제 요청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상속자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지 명확히 구분하게 되고 상속 전략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의사 결정 과정이 됩니다.

 

특히 유언장 작성 시 이 같은 분류 기준을 근거로 명확한 지침을 작성하면 유족 간의 오해나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디지털 유산 목록표입니다. 플랫폼명, 계정ID, 비밀번호(또는 보관 위치), 연결된 수익 구조, 전달 지침을 표 형태로 정리하면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큰 혼란 없이 상속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생전 설정 가능한 상속 도구: 디지털 금고, 계정 관리자, 유언장

디지털 자산의 상속은 단순히 리스트를 정리하는 것을 넘어 생전 설정 가능한 기술적 수단을 활용해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디지털 금고 사용입니다. 비밀번호, 복구키, 주요 문서(PDF, 계약서, 유언장)를 암호화하여 저장할 수 있고 사망이나 일정 기간 비접속 상태가 감지되면 지정된 계승자에게 자동 전달되도록 설정할 수 있는데 1Password, LegacyArmour, Everplans, Bitwarden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입니다.

 

두 번째는 각 플랫폼이 제공하는 사후 관리자 설정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것입니다. 구글의 경우 휴면 계정 관리자를 통해 Gmail, 유튜브, 드라이브 데이터를 최대 10명의 상속인에게 자동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는 추모 계정 관리자를 통해 고인의 계정을 유지하거나 삭제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법률적 방식인 디지털 유언장 작성입니다. 이는 물리적 유산과 마찬가지로 상속의 법적 기준을 제시하는 문서로 계정 정보와 함께 누가 어떤 디지털 자산을 상속받을지에 대한 고인의 의사를 명시합니다. 현재 한국에는 디지털 유언장에 대한 별도 법이 존재하지 않지만 일반 유언장 내에 디지털 자산 항목을 포함하거나 공증을 통해 법적 효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 채널이나 블로그, NFT 지갑 등 고수익이 발생하는 디지털 자산은 반드시 자산 평가 기준, 세무 신고 여부, 지분 분배 방식 등을 함께 명시해야 상속세 과세 및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1인 창작자는 생전 이러한 설정을 마친 후 법률 전문가 및 유족과 공유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창작자의 정체성과 콘텐츠 철학을 반영한 감정적 유산 전략

1인 창작자에게 디지털 자산은 단순한 재산을 넘어 곧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 블로그 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개인의 철학과 가치관, 삶의 흐름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일부 콘텐츠는 상속이라기보다 추모와 보존, 또는 삭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창작자는 자신의 창작물 중 일부는 가족에게 전달되기를 원하지만 일부 콘텐츠는 자신의 사망 이후 더 이상 공개되지 않기를 바라거나 사망 1주기, 자녀 생일, 특정 기념일에 맞춰 자동으로 전달되기를 희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콘텐츠 처리 방식은 단순한 자산 이전이 아니라 감정적 유산의 전달 방식이며 디지털 유산 전략의 고도화된 형태입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미래 메시지 예약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인데요. 예를들어 SafeBeyond, MyWishes 같은 서비스는 생전에 영상이나 메시지를 녹화해 두면 사망 이후 지정된 시점에 상속자에게 자동 전달됩니다. 1인 창작자는 자신의 콘텐츠 철학에 따라  특정 게시글을 보관할지, 삭제할지, 추모 콘텐츠로 전환할지 결정할 수 있고 이는 유족에게 큰 위로이자 혼란 방지 요소가 됩니다.

 

특히 창작자가 공개적으로 활동했던 경우 계정 폐쇄 여부나 콘텐츠 공개 유지 여부는 브랜드 이미지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한 결정이므로 반드시 생전에 본인의 입장을 명확히 문서화해야 합니다. 디지털 자산은 물리적 자산보다 더 민감하고 더 인격적인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단순한 재산 분배가 아니라 정체성과 감정까지 포괄하는 설계가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