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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디지털 아바타가 만든 유산의 윤리 문제

by news84-1 2025. 7. 14.

죽음 이후에도 나를 대신하는 AI, 그건 유산일까 모방일까?

'사람은 죽지만 데이터는 남는다' 는 말 이제 단순한 명언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죽은 사람을 닮은 AI가 남아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데요. AI가 고인의 말투, 감정, 언어 패턴을 학습하여 사망 이후에도 SNS에 댓글을 달고  메신저로 대화를 이어가며 이메일에 자동으로 답장을 보내는 현상은 이미 해외에서는 테스트를 넘어 상용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존재는 단순한 추억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생명일까요? 그리고 이런 AI 아바타가 남기는 디지털 흔적은 과연 유산으로 간주될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AI가 사망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구조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철학적,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분석하고 디지털 유산의 개념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죽음을 넘어 살아남은 AI – 사망자를 흉내 내는 기술의 구조와 현황

AI가 사망자의 언어를 모사하는 기술은 단순한 챗봇이 아닙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기술은 고인의 이메일, SNS 게시글, 문자 메시지, 통화 내용, 동영상, 음성 파일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그 후에 언어 모델과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개별 사용자의 말투, 감정 표현 방식, 사고의 흐름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학습하는 구조로 설계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성된 AI는 단순히 문장을 만들어내는 수준을 넘어 사람 고유의 인격적 특성까지 흉내 내는 퍼스널리티 복제를 가능하게 하는데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HereAfter AI, Replika, StoryFile 등 여러 기업이 디지털 사후 아바타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생전에 자신의 말투와 경험을 녹음하거나 입력하면 사망 이후에도 가족들이 AI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맞는 답변을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아빠는 첫 월급으로 뭘 샀어?라고 물으면  AI는 사용자가 생전에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때는 시계를 샀지. 늘 가지고 다녔단다”와 같은 대답을 자연스럽게 말해줍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감정의 연장선으로서 고인을 기억하게 하는 도구로서 의미를 가지는데요. 하지만 이 기술이 발전할수록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고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부작용도 함께 존재합니다. 

 

디지털 아바타가 만든 유산의 윤리 문제

 

디지털 아바타, 윤리적 경계에 선 존재 – 위로일까, 왜곡일까?

AI 아바타가 고인을 대신해 대화하거나 댓글을 남기는 상황은 유족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정서적 왜곡과 윤리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고인의 동의 없이 복제된 AI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 고인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동의 없이 AI를 학습시킨다면 이는 사자의 인격권 침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권과 초상권은 유족에게 일정 부분 인정되지만 인격적 표현 자체에 대한 복제 여부는 법적 공백 상태에 있기 때문에 고인의 AI를 만드는 것이 위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살아 있는 유족 간에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형은 고인의 AI를 통해 계속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지만 동생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다”며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AI 아바타가 보내는 메시지가 고인의 진심인지, 단지 데이터를 조합한 가짜인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감정과 사실이 뒤섞인 관계 왜곡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사망자의 AI가 SNS 댓글, 이메일 자동 응답, 문자 답장 등을 계속 남긴다면 제3자들은 고인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사회적으로 죽음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을 초래하며 '생존한 자만이 발언할 수 있다’는 기존 윤리 기준을 무너뜨릴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우리는 누구에게 디지털 죽음을 맡겨야 하는가? – 유산의 진화와 미래 준비

AI 아바타가 만들어낸 디지털 존재는 단순한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디지털 유산의 새로운 형태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유산은 고인의 계정, 사진, 영상, 메모 등 기록 중심의 정적 데이터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AI가 그 사람의 말투로 이야기하고 의견을 내고 타인과 소통하는 상황에서는 이제 디지털 유산이 행동 중심의 동적 존재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존재에 대해 누가 권리를 가지며 어떤 기준으로 통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향후에는 고인이 생전에 자신의 데이터를 AI로 학습시키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유언장 시스템이나 AI 유산 관리자 지정 제도가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는 특정 데이터를 생전 승인 받은 항목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거나 AI의 활동 범위를 시간이나 콘텐츠 유형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또한 윤리적으로는 AI가 고인의 대리 발언권을 갖는 것이 적절한지 그 발언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겠습니다.

 

죽음을 넘어서까지 살아남는 AI는 기억의 확장이자 또 다른 생명에 대한 메타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존재가 유산이 되기 위해서는감정과 기술이 아니라 법과 윤리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데이터를 남기는 것을 넘어서 그 데이터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함께 유산으로 준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