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는 디지털 유산 분쟁,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금융과 통신, 소셜 활동이 모두 이루어지는 지금 시대에는 개인이 사망한 이후에도 수많은 디지털 흔적과 자산이 온라인에 남게 되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생전에 디지털 자산의 상속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고인이 남긴 계정과 데이터, 수익 자산 등을 놓고 가족 간의 분쟁이나 법적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특히 소셜 미디어 계정,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유튜브 채널 수익, 암호화폐 지갑 등은 물리적 형태가 없기 때문에 소유권을 입증하기 어렵고 처리 기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고인의 뜻이 명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이나 지인이 자산에 접근하려 할 때 관련 플랫폼이나 기관은 개인정보 보호와 계정 보안을 이유로 접근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유족들이 정서적인 상처에 더해 법적·재산적 피해까지 겪고 있습니다. 다음은 디지털 유산 분쟁에 대한 해외의 실제 사례입니다.
실제 사례 – 페이스북 계정 접근권 분쟁: 독일 판결 사례
2012년 독일에서 15세 소녀가 사망한 후 부모는 딸의 사망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페이스북 계정에 접근하려 했지만 페이스북 측은 사망자의 계정은 고유한 개인정보로 타인에게 공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접근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부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독일 연방대법원은 '디지털 유산은 물리적 유산과 동일하게 상속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이 판결은 유럽 내 디지털 유산 상속의 기준을 제시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반면, 동일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유사한 사건이 있었지만 구글과 애플은 미국 연방법상 무단 접속은 컴퓨터 사기방지법 위반이라며 요청을 거부했는데요. 이처럼 국가별 법제도의 차이로 인해 디지털 유산 처리에 대한 결과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플랫폼의 정책, 현지 법률, 고인의 생전 설정 여부에 따라 분쟁의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용자는 각 플랫폼의 사망 처리 정책을 사전에 파악하고 준비해야겠습니다.

국내 디지털 유산 관련 실제 사례 및 유사 분쟁 정리
유튜브 수익 계정 상속 거부 사례 (비공개 법률 자문 사례)
2021년 서울의 한 30대 유튜버가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이 유튜버는 월 300만 원 이상의 광고 수익을 발생시키는 조회수 200만 이상의 인기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유가족은 구글 측에 계정 이전과 수익 지급을 요청했지만 사망자 명의의 계정은 보호 대상이라며 거부당했는데요.
유가족은 계정에 접근할 비밀번호를 몰랐고 사망 이전 계정 관리자를 지정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구글은 유족에게 아무런 접근 권한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들은 변호사를 통해 디지털 유산에 대한 상속청구 의사를 구글에 다시 전달했지만 국내법상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상속 규정이 미비하고 구글은 미국 본사의 정책만 따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유튜브 채널은 휴면 상태로 유지되다가 결국 삭제되었고 유가족은 법적으로도, 실제 수익적으로도 아무것도 이어받지 못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내 상속 요청 거절 사례 (실제 문의 다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 빗썸 등)에 사망자의 자산이 예치되어 있었을 경우 유가족이 상속을 요청했으나 비밀번호와 인증수단(OTP)을 알지 못해 계정 접근이 불가능했던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되었습니다.이때 업비트와 빗썸은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유언장 또는 법원의 상속 확인서류, 해당 계정에 대한 권리 주장이 명확히 기재된 공문 등의 조건을 제시하였습니다.
암호화폐는 실체 있는 자산이지만 디지털상 접근 권한이 없으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OTP 인증이 사라진 후에는 거래소도 기술적으로 접근을 도와줄 수 없다고 밝혀 실제로 수억 원이 넘는 자산이 유족에게 전달되지 못한 사례도 있습니다. 실제로 유족이 상속을 위해 소송을 준비하거나 유언장이 없으면 사망자의 자산은 영구적으로 묻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카오톡·네이버 메일 접근 관련 민사 자문 사례
부모가 사망한 후, 자녀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나 네이버 메일에 접근하려고 했던 사례가 서울시 한 변호사 사무실에 다수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자녀가 부모의 스마트폰을 보관 중이었지만 생체인증이나 비밀번호를 몰라 디지털 정보 접근이 불가능했습니다.
법적으로는 해당 계정은 비양도 원칙에 따라 상속되지 않으며 명확한 사전 동의 없이 접근할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49조(개인정보 침해) 등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자문이 나왔습니다. 민사 소송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유족은 더 이상 계정 접근을 시도하지 못했고 메일 속 고인의 생전 자료나 계약서는 영구적으로 열람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디지털 유산 분쟁이 공식화되지 않는 이유
가장 큰 이유는 법적 기준 부재입니다. 국내에는 아직 디지털 자산 상속에 대한 명확한 민법 규정이 없을 뿐더러 상속법은 예금이나 부동산 등 물리적 자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또한 애플, 페이스북 등 대부분의 글로벌 서비스는 국제 정책을 적용하며 한국법과 무관하게 계정 접근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족이 설마 하는 마음에 준비하지 않거나 접근을 시도해도 법적 절차가 복잡하다고 포기하는 소극적 대응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유산의 법적 쟁점과 준비해야 할 3가지
디지털 유산 분쟁은 크게 세 가지 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나타납니다.
첫째, 소유권 인정 여부입니다.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은 계정을 서비스 이용권으로 간주하고 해당 계정에 저장된 콘텐츠나 수익 역시 개인 고유의 비계승 자산으로 해석합니다. 따라서 플랫폼 약관에 따라 상속이 불가하거나 계정 자체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둘째, 무단 접근에 따른 법적 위반 소지입니다. 고인의 동의 없이 유족이 비밀번호를 통해 이메일이나 계정에 접근하는 경우 일부 국가에서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혹은 사이버침해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셋째, 디지털 유산의 가치 평가 문제입니다. 유튜브 채널, 블로그, NFT 등은 물리적인 자산과 달리 정확한 평가 기준이 없기 때문에 법적 상속 절차에서 제외되거나 과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유산에 대한 유언장 작성, 계정별 관리자 설정, 법률 문서 작성이 필수인데요. 특히 디지털 유언장을 통해 각 자산의 관리 방식과 전달 대상을 명시하고 플랫폼별로 지원하는 사망자 처리 기능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이제는 죽음 이후를 준비하는 방식도 디지털화되어야 할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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