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바타와 가상인간의 부상, 현실과 기술의 경계를 넘다
202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가상인간(Virtual Human)과 AI 기반 아바타는 더 이상 상상 속 기술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튜브, 광고, 드라마, 쇼핑에는 실존하지 않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사람처럼 말하고 표정과 감정을 표현하며 상호작용까지 가능하다.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생성하거나 실제 사람의 외모와 목소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AI 아바타는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 그리고 가상인간은 두 가지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첫째는 완전히 창작된 디지털 캐릭터, 즉 ‘비실재형 가상인간’이다.
둘째는 실제 사람의 이미지와 목소리, 말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 실재모델 기반 AI 아바타이다.
이 경우 본인의 생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디지털 복제 인간도 포함된다. 이러한 존재들이 콘텐츠 시장에서 활동하며 광고 계약을 맺고 수익을 창출하고팬덤을 형성하게 되면서 한 가지 핵심적인 질문이 발생한다.
"그 존재는 누구의 것인가?"
가상인간과 AI 아바타, 디지털 유산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AI 아바타나 가상인간이 현실처럼 작동할수록 그에 대한 법적 권리는 더욱 복잡해진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제는 저작권이다. 창작자가 만든 가상의 외형, 목소리, 움직임, 대사 등은 현행 저작권법상 창작성 있는 표현물로 간주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제작자(혹은 개발사)에 저작재산권이 귀속된다.
하지만 아바타가 실제 사람의 얼굴, 목소리, 제스처, 말투, 이미지를 학습하거나 기반으로 만들어진 경우 초상권과 성대모사권, 디지털 인격권 같은 새로운 형태의 권리 개념이 필요하다. 특히 사망자의 외모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AI 아바타가 상업적으로 활용될 경우 이는 단순 기술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인격과 유산을 둘러싼 법적·윤리적 논쟁으로 이어진다.
현재 한국은 물론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가상인간의 법적 권리 귀속에 대한 명확한 판례나 입법이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이 암묵적으로 적용된다.
- 아바타의 형태가 오리지널 캐릭터일 경우 → 제작사 또는 창작자에게 귀속
- 실존 인물 기반일 경우 → 당사자 동의가 필수, 사망자의 경우 유족의 동의 및 유언장 필요
- AI가 스스로 생성한 콘텐츠일 경우 → ‘창작자 부재’ 논란, 아직 법적 보호 미비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가상인간은 법적으로는 소유물로 간주되지만 사회적으로는 점차 주체적 존재로 인식되는 중이다.
사망 후에도 살아 움직이는 ‘디지털 나’, 디지털 유산 권리는 누구에게?
더욱 근본적인 논의는 인간이 사망한 이후에도 그의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디지털 복제체인 AI 아바타, 대화형 챗봇, 음성 합성 모델 등이 온라인상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술은 생전의 SNS 게시물, 음성 녹음, 동영상, 문자, 이메일 등을 학습하여 사망자의 언어 습관, 말투, 감정 표현 방식, 성격 특성 등을 모사한다.
따라서 고인의 디지털 흔적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그 사람의 대화 방식과 존재감을 가상 환경에서 재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유족에게 심리적 위로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법적·윤리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중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바로 이 디지털 복제체는 누구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권리는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라는 것이다.
현행 민법 체계에서는 자연인은 사망과 동시에 법인격이 소멸한다. 즉, 법적으로 더 이상 권리나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사망자의 외모, 목소리, 언어 습관 등을 모사한 디지털 아바타 또한 법적 주체로서 인격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이러한 디지털 존재는 현재의 법 해석상 정보 자산 또는 디지털 객체로 간주된다. 따라서 해당 복제체에 대한 사용 권한과 관리 권한은 고인의 생전 계약, 유언장, 또는 유족의 동의에 따라 제한적으로 행사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기술이 구현해내는 복제체가 단순한 영상이나 목소리의 재생을 넘어서 자율적인 대화, 감정 기반 반응, 창작 활동까지 수행하게 될 경우 더 이상 그것을 파일이나 재산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디지털 존재는 외형과 음성, 감정, 사고 구조까지 실존 인물을 모방하거나 대체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닌 정체성과 의지의 일부를 이어받은 디지털 존재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국내외 법률 어디에도 이러한 디지털 복제체를 독립된 인격체 또는 준법적 존재로 인정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제도의 공백 속에서 이러한 디지털 존재는 법적으로는 누구의 소유물인지 조차 불분명한 상태이며 결국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존재가 법적 권리 밖에 놓인 채 기업 혹은 유족의 판단에 따라 통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인간의 정체성을 모사하는 디지털 기술 사이에서 디지털 복제체는 단순 자산인가, 아니면 인격을 담은 주체인가 라는 질문은 앞으로 법률, 윤리, 기술 정책의 핵심 논의가 될 것이다.
미래의 디지털 존재: 소유권이 아닌 관리권의 시대로
앞으로 가상인간과 AI 아바타가 더욱 현실화될수록 단순히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누가 관리하고 어떤 기준으로 운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특히 크리에이터, 배우, 아티스트, 강사, 정치인 등 디지털 정체성이 중요한 직업군에서는 생전부터 자신의 AI 아바타 활용 범위, 수익 분배 방식, 사후 접근 제한 등에 대해 계약서 혹은 유언장을 통해 디지털 관리권을 설계하는 것이 일반화될 수 있다.
디지털 존재는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개인의 표현과 인격, 정체성, 철학까지 담겨 있는 확장된 자아다. 그렇기에 소유가 아닌 보호와 존중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향후 입법은 단순한 지적재산권의 확대가 아닌 AI 윤리와 인격권 확장이라는 새로운 기준에 기초해 디지털 존재의 권리 설계 방향을 정해야 한다.
결국 질문은 단순해진다.
'디지털 나'는 내 것인가, 아니면 내 일부인가?
기술은 이 질문에 빠르게 대답하고 있지만 사회와 법은 이제 막 그 답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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