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디지털 유산의 업무용 계정 처리 방법

news84-1 2025. 6. 28. 08:36

업무와 개인의 경계가 모호한 디지털 환경, 디지털 유산 

현대인의 업무 방식은 빠르게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되었고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대부분의 업무는 이메일, 클라우드, 메신저, 협업 도구 등 디지털 계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개인 소유의 구글 계정, 애플 계정, 네이버 계정 등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개인 계정이 사실상 ‘업무용 계정’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한 직장인이 본인의 Gmail로 업무 메일을 받고 구글 드라이브에 기밀 문서를 저장하며 유튜브 채널에서 기업 콘텐츠를 운영할 수도 있다. 문제는 해당 사용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했을 경우 해당 계정의 법적 주체가 개인인지 기업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중요한 파일과 계정 접근 권한을 잃을 수 있고 가족 입장에서는 해당 계정이 생계 수단이었거나 수익이 연결된 자산일 수 있기 때문에 혼란이 발생한다. 업무와 개인 정보가 뒤섞인 계정은 법적 소유권과 실질적 관리 권한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서 사망 이후 계정 처리를 두고 회사와 유족 간의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도 실제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은 스타트업, 크리에이터, 1인 기업, 인플루언서에게 특히 많이 발생한다. 회사 명의로 된 계정이 아니라 대표자 개인 계정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해왔기 때문에 사망 후 해당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면 기업 활동이 사실상 마비되는 일도 벌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유산의 업무용 계정 처리 방법

 

사망 후 업무용 계정, 누구의 소유인가?

 

최근들어 대다수의 온라인 계정은 만들 때 사용자의 이메일 주소와 이름을 기준으로 등록된다. 특히 구글(Google), 애플(Apple), 네이버(Naver) 같은 주요 서비스들은 약관에 “이 계정은 개인 전용이며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상속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그 계정을 업무용으로 쓰고 있었다 해도, 법적으로는 개인의 자산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 직원이 자기 개인 Gmail 계정으로 회사 업무를 처리했다고 해보자.

 

이메일로 고객과 소통하고, 구글 드라이브에 계약서와 회계 자료를 저장하며, 외부 파트너와의 영업 내용을 정리해 놓았다고 가정하면, 만약 이 직원이 갑작스럽게 사망한다면, 회사는 그 계정에 접근할 방법이 없다. 왜냐하면 그 계정은 어디까지나 ‘직원의 개인 소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족도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해당 계정에 대한 접근 권한은 보장되지 않는다.

 

결국, 그 안에 있던 업무 관련 데이터는 복구가 어렵거나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 이런 문제는 프리랜서나 1인 사업자, 유튜버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어 한 유튜버가 본인의 개인 애드센스 계정과 유튜브 채널로 사업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면, 사망한 이후에도 광고 수익이 들어오지만, 계정 접근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익을 받을 사람도, 채널을 운영할 사람도 없는 상태가 된다. 그 계정은 분명 고인 개인의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기업 자산'처럼 운영돼 왔기 때문에 그 권리를 누구에게 넘겨야 할지가 모호해진다.

 

이처럼 한 사람이 쓰던 온라인 계정이 개인이면서 동시에 기업 운영의 핵심 도구였던 경우, 사망 이후에는 단순히 “누가 상속받을까”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으로 그 계정이 누구의 것인지, 플랫폼이 상속을 허용할 것인지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단순한 가족 문제를 넘어서 회사, 공동 창작자, 고객, 플랫폼까지 얽힌 복합적인 법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디지털 유산 실제 사례: 경계가 불명확한 계정에서 벌어진 문제들

 

2022년, 국내 한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의 대표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면서 디지털 자산 처리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대표는 구독자 5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고, 광고 수익 정산, 광고주 커뮤니케이션, 기업 이메일 등 모든 업무를 본인의 개인 구글 계정 하나로 처리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었지만 유튜브 채널과 이메일, 애드센스 수익 등 핵심 디지털 자산들이 대표 개인 계정에 귀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망 이후에는 유족도 팀원도 해당 계정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따라서 채널 운영이 즉시 중단되었고, 광고주 응대와 수익 확인도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해당 유튜브 채널은 매달 수천만 원의 수익을 창출하던 고가치 자산이었지만, 구글은 “사망자 계정에 대한 접근은 특정 서류가 모두 갖춰진 경우에만 검토 가능하다”며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법원 발급 상속 증명서 등의 엄격한 절차를 요구했다.

 

이후 유족이 일부 수익 정산은 받았지만 계정 접근 권한이나 채널 운영 권리는 끝내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수익성 있는 채널은 사실상 폐쇄된 상태로 방치되었다. 

 

중소기업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한 마케팅 담당자가 회사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인 명의로 개설하여 전담 관리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해당 계정 역시 접근이 불가능해졌다. 이 인스타그램 계정은 팔로워 10만 명 이상을 보유한 기업 홍보의 핵심 채널이었지만, 회사 측은 비밀번호나 인증 접근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브랜드 SNS를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만 했다.

 

위의 사례들은 업무에 활용된 디지털 계정이 개인 명의로 관리되었을 경우 사망 이후 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자산 손실과 업무 중단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법적 소유권은 개인에게 있었지만 기능적으로는 기업 자산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개인 계정과 기업 운영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 사망 이후 디지털 자산에 대한 권리와 관리 책임이 모호해지며 실질적으로 누구도 그 자산을 온전히 회수하거나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유산, 사전에 준비해야 할 전략과 제도적 개선 방향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려면 개인과 기업 모두 디지털 유산의 관리 체계를 명확히 구분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업에서는 업무용 계정은 반드시 ‘회사 명의’로 생성하고 접근 권한은 다중 관리자 체계로 운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Google Workspace(기업용 계정), 기업용 애플 ID, 팀 공유형 클라우드 등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업무상 사용하는 개인 계정이 있다면 사망 시를 대비해 디지털 유언장 또는 계정 인수 계획을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한다.
Google의 ‘Inactive Account Manager’, 애플의 ‘Legacy Contact’ 기능을 설정해 사후에 가족이나 회사 관계자가 일정 범위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것이 유용하다.

 

셋째, 기업은 사내 정책으로 ‘디지털 유산 관리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직원의 개인 계정에 기업 데이터가 저장될 경우 해당 정보에 대한 권리와 사망 시 처리 방식 등을 사전에 합의서나 계약서로 정리해두는 것이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기업 활동에 사용되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 개인 명의 계정이라 하더라도 실질적 소유권을 구분해 해석할 수 있는 법률 장치가 필요하다.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해 사망자의 계정 중 일부가 기업 활동에 필수적인 경우에는 한정적으로 데이터 접근을 허용하는 합리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