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국내와 해외의 디지털 유산 상속 법 비교

news84-1 2025. 6. 27. 10:17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 클라우드, 유튜브 채널, 암호화폐처럼 삶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로 옮겨간 시대에 살고 있다.

사망 이후 이러한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중요한 법적 과제가 되었다. 그래서 한국과 주요 해외 국가들의 디지털 유산 상속 제도를 비교 분석하며 현재 어디까지 제도화되어 있고 우리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디지털 유산, 왜 지금 법적으로 다뤄져야 하는가?

디지털 자산은 더 이상 ‘기술적 부속물’이 아니다.
이메일, 클라우드 저장소, 유튜브 채널, 블로그, 암호화폐 지갑, SNS 계정 등 현대인의 삶은 대부분 디지털 플랫폼 위에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는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정서적, 문화적 자산까지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자산이 법적 관점에서 상속의 대상인지 여부가 아직 모호하다는 점이다. 물리적 자산은 민법 등으로 비교적 명확히 보호받지만 디지털 자산은 그 정의조차 각국에서 제각각이고, 상속 가능 여부도 플랫폼 약관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인의 구글 포토나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된 가족사진, 유튜브 채널 수익, 암호화폐 지갑 등은 가족이 마음대로 접근하거나 관리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유산 상속 법제화의 필요성이 빠르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 주요 해외 국가의 디지털 유산 관련 법 제도를 비교해봄으로써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우리는 어떠한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애 대해 분석해보자.

 

국내와 해외의 디지털 유산 상속 법 비교

 

국내: 디지털 유산 법적 기준 미비, 민사상 ‘재산’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의 현행 민법은 상속의 대상을 ‘유체물(물리적 재산)’ 또는 이에 준하는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은 무형이며, 소유권 구조가 복잡하고, 플랫폼의 약관에 따라 이용 권한만을 갖는 경우가 많아 현행법으로는 상속 대상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 채널, 네이버 블로그, 애드센스 계정은 서비스 제공자의 이용 약관에 따라 '양도 불가'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상속인이라 하더라도 계정 자체는 이어받을 수 없고 일부 콘텐츠나 수익은 관련 서류(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제출 시 제한적으로 지급받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또한, 한국 법원은 디지털 유산과 관련된 분쟁에 대해 아직 일관된 판례나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망자의 카카오톡 대화내용, 클라우드 문서, 암호화폐 접근권 등은 ‘재산’으로서 가치가 있더라도 계정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면 법적으로도 소멸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2023년부터 일부 입법 논의(예: 디지털 상속 관련 민법 개정안)가 진행되고는 있으나 아직 실질적 제도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플랫폼별 사후 계정 관리 기능(Google Inactive Account Manager, Apple Legacy Contact 등)에 의존하는 구조다.
즉, 한국은 아직 디지털 자산 상속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 디지털 유산 법적 인정과 제도적 접근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국, 독일,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은 디지털 자산을 상속 가능한 권리로 점차 인정하는 추세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2015년 ‘RUFADAA(디지털 자산 접근 및 처분 통일법)’을 제정해 사망자의 디지털 자산에 대해 상속인의 접근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RUFADAA는 유언장 또는 생전 지정 수탁자에 따라 디지털 자산을 관리·처분할 수 있게 하고 이메일, 사진, 클라우드 자료, SNS 계정 등의 열람과 이전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독일의 경우, 2018년 연방법원(Bundesgerichtshof) 판례에서 사망자의 페이스북 계정은 부모에게 상속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디지털 자산도 일반 상속 대상과 동일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으며 이후 독일 내 대형 플랫폼들은 ‘디지털 유산 처리 정책’을 공식화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2016년 ‘디지털 권리법'을 통해 사망자의 데이터 보호와 계정 처리 방안을 법률로 명문화했다. 사용자는 생전에 “내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처리해달라”는 내용을 명시할 수 있으며 이를 플랫폼은 법적 유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디지털 자산은 실질적 자산이며, 상속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법률, 사후 처리 시스템, 사용자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생전 설정(사후 처리 선택권)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한국의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한국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아직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사망 후 디지털 자산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법적으로 소멸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유족은 고인의 사진, 영상, 이메일, 재정정보 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고통을 겪고 있으며 플랫폼 사업자 역시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상속 요청을 거절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디지털 유산 관련 법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디지털 자산에 대한 민법상 정의를 마련해 물리적 자산과 동일하게 상속 대상임을 명문화하고 계정 자체가 아닌 콘텐츠·데이터·수익에 대한 접근 및 이전 권리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생전 사용자 설정의 법적 효력을 강화함으로써 구글, 애플 등이 제공하는 사후 계정 처리 기능에 대해 국내법상 효력을 명시해
유언장 외에도 디지털 설정이 상속 효력을 갖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플랫폼 사업자와의 연동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와 IT 플랫폼이 협력하여 디지털 유산 상속을 위한 통합 시스템을 마련하고 유족이 복잡한 절차 없이 합리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정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유산은 이제 실제 자산이자 정서적 유산이다. 세계는 이미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데 한국도 이제는 디지털 죽음 이후의 삶을 제도적으로 준비할 때다.